Journal / 2016.11.14

19살과 20살 사이는 백 하나 차이




19살과 20살 사이는 백 하나 차이


수능을 앞둔 자식을 둔 어느 엄마가 추천하는 선물 이야기


19살과 20살 사이는 겨우 12월과 1월 달력 그 종이 한 장 차이인데, 많은 부분이 달라진다. 설레는 마음으로 가장 먼저 바꾸는 아이템이 뭘까 고민해보니 가방이었다. 가방은 꼭 내 역할의 이름이 바뀔 때마다 바뀌었다. 내가 학생일 땐 새학기 새 백팩 가득 필기구와 책들이 들어있었고, 20살 수줍은 첫사랑의 데이트엔 그 순수를 닮은 귀여운 미니 크로스백을 들곤 했고, 첫 직장에 취직을 했을 땐 조금 더 큰 숄더백이나 멋스러운 토트백, 혹은 여자도 남자도 시크함을 더해주는 브리프케이스, 그리고 엄마가 되었을 땐 양껏 들어가도 튼튼하고 큰 쇼퍼백 혹은 다시 백팩. 이렇게 라이프가 바뀌면 백도 바뀌었다. 그래서 그들의 20살에 또는 그들의 새로운 출발선에 백은 가장 좋은 선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들딸의 19살은 성격도 생김새도 잘하는 것도 너무 다르지만, 대학입시라는 한 가지를 같이 바라보며, 같은 공간에서, 같은 규격의 책상에 같은 교과서로 공부를 했다. 내 시절만 해도 고등학교 시절 바짝 3년, 조금 늦으면 2년 바짝 어깨 무겁게 공부했지만, 우리 아들딸 어깨 보고 있는 요즘 엄마는 초등학생부터 마음이 무겁다. 

경쟁하고 경쟁하며 다른 성격에 다른 생김새, 분명 잘하는 것들도 다들 다를 테지만 숨 통 트이도록 개성 표현할 수 있는 곳이 없다.






생각해보면 내 어린 시절에도 활발하고 털털한 성격에 운동까지 잘하는 내 친구는 꼭 자기 닮은 군더더기 없는 백팩으로, 같은 교실 안에서 유일하게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그림 잘 그리고 음악을 잘하는 예체능계 내 친구는 가장 톡톡 튀는 특별한 감각을 뽐내는 백팩으로, 시험이 끝나면 모든 아이들이 몰려가 정답을 비교해 보곤 했던 우리 반 가장 스마트한 내 친구는 딱 자기만큼 클래식하고 왠지 고급스럽기까지 해 보이는 백팩으로 그렇게 자기들만의 색깔을 표현했다.






19살과 20살 사이는 정말 딱 백 하나 차이.

신지 않던 힐도 신고, 매일 입던 교복을 벗고 러블리하게 혹은 좀 더 과감하게 스타일링하고, 엄마의 청춘시절을 한 뼘 닮아가는 듯한 어른스러움으로 무장한다. 백 하나 바꿔 듦으로써.


자기만의 색깔을 온전히 펴지 못하고 꿈의 무게를 양 어깨에 메고 온 수고한 아들딸들에게 나의 수줍었던 청춘처럼 반짝이고 예쁜 가방 하나 선물하는 것으로 그들의 견뎌온 시간을 위로해주는 건 어떨까? 엄마가 바라는 20살을 투영한 의미 있는 선물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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